전북 부안여자고등학교 역사문화 동아리 학생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책이 아닌 눈과 귀로 우리 역사를 접한다.
고리타분한 체험학습을 넘어 학생들이 역사에 관심을 두고 발로 뛸 힘을 길러준 것은 2005년 이 학교에 부임한 뒤 10년 이상 동아리를 이끌어 온 김중기(56) 교사다.
문화탐방과 역사공부를 위해 꾸려진 부안여고 동아리 '얼아로미'는 '선조의 얼을 알아가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김 교사는 학생들이 역사와 문화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우는 것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전국을 서울·충청·전라·경상 등 권역별로 나눈 뒤 1년에 4번씩 탐방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이 직접 배우고 느낀 것을 직접 그림과 글로 옮겨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예습을 한 뒤 탐방 지역에서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문화재를 둘러보고, 다양한 자료를 모아 보고서를 만든다.
예를 들면 2014년에는 동학농민운동을 주제로 공주의 우금치 전적지, 보은의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경주의 최제우 유허비(추모비) 등을 두루 둘러본 뒤 탐방 자료를 모아 부안예술회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동학의 발자취를 따라'라는 보고서도 펴냈다.
단순한 책 읽기와 유적지 관광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역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을 하자 학생들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동아리 회원들이 2008년부터 반계 유형원 선생 유적지 홍보와 보존을 위해 힘쓰는 문화재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안군에 있는 반계서당은 '반계수록'의 산실이자 이 지역의 대표적 문화유산이지만 산 중턱 사유지에 있어 관리하기가 쉽지 않고 찾는 이도 적었다. 얼아로미 회원들은 이런 점을 안타깝게 생각해 매달 반계서당 주변을 청소했다.
문화재청은 정식으로 얼아로미를 '청소년문화재지킴이'로 위촉했고, 얼아로미는 이후 홍보 책자를 만드는 등 반계서당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교사는 역사와 문화를 접한 뒤 이를 잘 가꾸고 전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농어촌 학생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키우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어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이런 말이 공허하게 들릴 때가 많다"며 "아이들이 잠재력을 키울 수 있도록 사회적·교육적 지원이 많이 따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교문화재단은 19일 보라매동 대교타워에서 시상식을 열고 김 교사와 허숙희 곡선초등학교 교장, 김정자 울산 구영유치원 원장, 박윤규 국립서울맹학교 교사, 산딥 쿠마르 미쉬라(Sandip Kumar Mishra) 자와할랄 네루 대학교 교수 등 5명에게 눈높이 교육상을 수여했다.
대교는 수상자에게 각 1천500만 원의 상금과 상패를 수여하고 소속 학교에 500만 원 상당의 교육 기자재를 기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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