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아이들을 위한 점자 국악 악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최 교사는 국립국악원에서 인정하는 '한국음악점자'를 직접 만들어 낼 정도로 열성을 쏟아왔다. 처음엔 국악이 싫다고 도망치던 아이들도 진지하게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고, 제자 중 이민정(여·26)씨는 10개월 동안 연습해 일반 국악고의 가야금 전공 학생들을 모두 제치고 전국대회에서 두 차례나 1등을 차지하며 가야금 전공으로 목원대 한국음악과에 당당히 입학하기도 했다.
최근 대전맹학교 학생들이 교직이나 사회복지, 예술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려 애쓰고 있는 것은 그간 최 교사가 기울인 노력의 결실들이다. 현재 대전맹학교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교사 7명도 최 교사가 직접 가르친 제자들이다. 그가 걸어온 길이 후배와 제자들에게 하나의 모델이자 꿈이 된 셈이다.
전북 군산시 임피면이 고향인 최 교사는 3남 3녀를 둔 가난한 농부의 막내아들로 태어났지만 선천성 약시에 백내장 등을 앓았고, 12살과 19살에 두 차례 예기치 않은 사고로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가정 형편마저 어려워 또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부러워하다 열여섯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 이리맹학교, 서울맹학교를 거쳐 1981년 대구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했다. 변변한 점자교재 하나 없던 시절 남들보다 배 이상 땀을 흘려 대학과정을 마친 최 교사는 대전맹학교에서 일하면서 대구대 교육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따낼 정도로 자신을 치열하게 갈고 닦았다. 이런 최 교사의 꿈은 소박하다. 제자들이 가정을 꾸리고 보통 사람처럼 평범한 삶을 살도록 돕는 일이다.
"졸업생들이 주로 안마사로 일하지만 이마저도 비장애인들에게 빼앗길 판이라 걱정이 커요."
최 교사는 "시각장애인들을 '특별하게' 보는 냉담한 시선이 먼저 사라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다양한 직무교육을 통해 다양한 직종에서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최근 대교문화재단(이사장 강영중)으로부터 '제17회 눈높이교육상' 특수교육부문 수상자로 선정돼 12일 서울 눈높이보라매센터 한마음홀에서 상금 2000만원을 받게 된다.
우정식 기자/jswoo@chosun.com